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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999 캔디캔디 유리가면 마징가Z 겟타 로보 먼나라 이웃나라 황금박쥐의 비밀

sdfrfgf 2024. 1. 27. 15:52


제목을 보라. 황금박쥐는 주제가는 생각나는데 도무지 본 기억이 없고, 겟타 로보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지만, 그거 빼고는 그야말로 고전이라 할 만한 것들의 나열이다. 게다가 비밀이라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자 출신답게 각 만화별로 포인트 하나씩은 생각나게 글을 썼다. 이를테면 황금박쥐가 일본만화냐 한국만화냐, 캔디캔디의 만화작가 이가라시 유미코의 이후 활동변천사 (허걱..이다), 마징가의 정체성,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 이야기, 유리가면 작가 교주변신에 대한 저자의 시각, 먼나라 이웃나라 작가 이원복의 변천사 등. 각 에피소드별로 어두운 미래상을 보여주며 영원한 삶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던 <은하철도 999>, 최근 EBS에서 또 해줘서 시간될 때면 보곤 했다. 어릴 때 그렇게나 예뻐 보이던 메텔의 말도 안되는 신체비례나 정교해 보이던 그림이 다르게 보이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박지성 닮은 철이의 친근한 이미지는 여전했고, 던져주는 메세지는 유효했다. <유리가면>은 소장판으로 가지고 있을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교주로 됐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었지만 무슨 종교인가 했더니, 전해듣고 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에 신령이 있어서 그 신령과 교신할 수 있다고 믿는 거라는데, 그런 생각은 이미 유리가면 속에서도 간혹 가다 비치곤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 상대로 사기를 친다거나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무슨 종교인들 상관은 없지만, 너무 심취하고 활동이 많다보니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리가면>을 계속 쓸 수 있는 맥을 놓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천사같은 안소니, 반항적이지만 귀티나는 테리우스, 멋쟁이 아치, 기발하고 친근한 스테아, 심지어 자상하고 젊은 알버트(윌리엄 큰아버지)등 일찍부터 꽃남 이미지를 구축해서, 솔직히 오히려 캔디나 애니같은 여주인공보다 보는 소녀들의 마음을 왈랑거리게 했던 <캔디캔디>.. 하다못해 니일이나 이라이자 같은 악역들까지도 적당히 순진해서 순정만화의 고전이었는데.. 원작은 따로 있고 만화작가는 따로 있는 시스템은 뭐 전부터 있던 거라 쳐도, 그 만화작가 이가라시 유미코가 나중에 세미포르노물을 한참 그렸댄다. 허..! 뭐, 꼭 한 가지로 고정되는 거야말로 창작하는 사람들에겐 재미없고 독일 순 있겠지만, 너무 의외라..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운다는 캔디가 꽤 많이 운다는 게 이해가 안 되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안소니하고도 안 되더니 결국 생명의 은인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스잔나 곁에 테리를 남겨두고 떠나는 캔디를 쫓아와 계단에서 백허그하며 말없이 눈물 흘리던 테리우스, 언제까지고 기억할 아련한 명장면이다. 근데, 요즘엔 같은 상황이라도 대응이 다르겠지? 은인은 은인이고 사랑은 사랑이고, 뭐 이런 식이지 않을까?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테리랑 결혼하는 미세스 캔디며 이런저런 조잡한 캔디 시리즈들이 심심찮게 나왔던 것도 기억난다. ㅎ.. 아무튼 이런 식으로, 처음 제목만 보고 책을 주문했을 때와는 다른 내용들로, 아마도 만화 마니아들이 나 이런 것도 알아~! 하고 기억해둘 사항들로 구성되었다, 이 책은. 나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의 눈을 빌어 작품들을 일별한 느낌이다. 나는 이 만화들 제목을 떠올리며 무엇을 기대했을까? 기대했다기보다는, 아마도 아련한 추억을 다시 한 번 곱씹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만화들이 다 일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좋고 나쁘고 가치판단을 떠나서. 문득 말이다.. <꺼벙이>, <로봇 찌빠>, <뻔데기 야구단> 등 요즘 구하기 어려워졌지만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만화들이 그리워진다. 특히 <뻔데기 야구단>의 할아버지 감독님!
한국에서 만화, 애니메이션 마니아, 애호가 혹은 오타쿠의 형성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세대를 기점으로 한다. 이 세대가 어린 시절을 보내던 70년대에 비로소 TV가 대중화되었고, 어린이(만화)교양잡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유수의 작품들이 당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곡절이 많았던 시대였기에 번역이 아닌 번안일 수 밖에 없었으며, 저작권 문제에 예민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기묘한 영향관계로 나타나기도 하였고, 심의 삭제나 연재중단은 다반사에 작가 이름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리하여 많은 궁금증과 아쉬움이 생겨났고, 당시의 어린 독자들은 그것을 속 시원히 풀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이 뿌린 씨앗은 한국에서 서브 컬쳐 문화의 기초가 되었으며, 새로운 세대의 독자와 마니아들을 재생산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은하철도999 캔디캔디 유리가면 마징가Z 겟타 로보 먼나라 이웃나라 황금박쥐의 비밀 이 다루는 작품들은 실로 한국 만화독자,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마음의 고향이자 추억의 원천이다. 저자는 각 작품 마다 길게는 20여년에 이르는 추적과 자료 발굴로 그리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오래 묵은 만화독자들의 궁금증과 아쉬움을 말씀히 풀어내고 있다.


1장 : 고깔모자의 황금박쥐
· 우표 속의 황금박쥐 - 황금박쥐의 수수께끼
· 세 가지 「황금박쥐」 만화 / 두 가지 국적의 「황금박쥐」
2장 :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출발점 「푸른 꿈은 가득히」
·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족보 / 시관이와 병호는 왜 사라졌을까
· 서정 드라마의 시대, 그리고 무지개 행진곡
3장 : 마징가는 야한 만화 였을까·
· 아이스케키 놀이가 만들어낸 일본의 야한 만화
· ‘판본’과 ‘계보’라는 수수께끼 풀이의 열쇠 / 머신(Machine), 마인(魔人), 마징가
4장 : 겟타 로보 -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은 겟타선의 의지
· 끝내 완결하지 못한 겟타 시리즈 / ‘슈우퍼 소년 타이탄’과 ‘페달을 밟아라’
· 30년의 여정 / 귀재 이시카와 겐
5장 : 캔디이야기 - 오랜 세월의 그림자
· 3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 겨울 연가와 캔디 사이
· 세미 포르노를 거쳐간 이가라시 유미코
6장 : 야마토와 은하철도 그리고 하록 - 마쓰모토 레이지의 세계
· 시공을 넘어 만나는 올스타 만화 / 세계관 통합을 위한 노력
· 이상의 캐릭터 메텔과 하록
7장 : 30년을 넘기는 연재 - 유리가면 이야기
· 오류 속에 숨은 진실 / 교주가 된 만화가 / 두 사람의 아코야
· 「유리가면」에서 「블루 소네트」로 - 네 편의 만화를 잇는 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