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rfgf 2024. 1. 23. 22:59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하지도 않은 일을 진술해야 하는 등 일방적으로 무차별 폭력을 당하는 삶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도 운 좋게 살아남아 편안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 일상을 깨고 뒤흔드는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저 편안한 하루가 지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 안심하고 가슴 조이며 살아갈 뿐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자기 자신을 향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공포와 두려움 속으로 집어넣은 누군가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요구받은 것을 완벽하게 해 나가는 것 밖에. 그때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소설 속 스티로폼 라면 용기 만드는 일을 했던 평범한 ‘나’가 감금된 후 장비에 다시 올라가지 않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서를 깔끔하게 써내려 가는 것처럼. 김석산을 죽인 암살범이 되어 말이다.
블랙유머, 그 속에서 소설과 삶을 되묻는 김언수식 페이소스의 극점
‘정력보다 정성’ 어린 사내들의 세상을 향한 마지막 펀치, 그 잽!

2006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캐비닛 , 2010년 문학동네 온라인카페 연재 당시, 매회 수백 개의 덧글이 달리며 ‘설거지들’ 열풍을 일으킨 작품 설계자들 . 단 두 편의 장편소설로 수많은 독자를 흥분시킨 작가 김언수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에 묶인 아홉 편의 단편은 삶의 단면을 직접적으로 끌어와 다분히 현실 밀착형의 이야기들로 풀어냈다. ‘이게 사는 건가’라는 농담 섞인 자조가 절로 나오는 ‘웃기고 슬픈’ 편편의 현실. 누가 봐도 ‘루저’인 이들 하나하나를 김언수는 리드미컬한 문체와 특유의 블랙유머, 그리고 페이소스로 살핀다. 자본주의가 선물한 최고의 유산은 바로 불안이라고 고백한 바 있듯, 가감 없는 현실성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 권태와 피로를 보여준다.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은 화자의 나이 순서로 묶여 있다. 모두 남자. 누구 하나 세상의 ‘중심’ 혹은 ‘메인 스트림’인 인물이 없다는 점도 같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고생, 자기가 열고 들어온 금고에 갇힌 금고털이, 꿈도 희망도 없는 단란주점 웨이터, 알코올중독으로 아내와 직장을 잃고 도망친 남자 등. 불안하고 불우하거나, 권태롭고 지루하거나. 이렇듯 별것 없고 통속적인 ‘하류 인생’을 통해 작가는 무엇이 우리 삶을 이다지도 빤하게 만들었는가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금고에 갇히다
단발장 스트리트
꽃을 말리는 건, 우리가 하찮아졌기 때문이다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
장지구의 결단
소파 이야기
빌어먹을 알부민
하구(河口)

해설_풋워크의 소설_강동호(문학평론가)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