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불평등, 사회는 어떻게 죽이는가?
저자는 건강의 결정 요인으로서 사회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의학적 요인만으로는 비슷한 의학적 수준을 가진 다른 사회들이 왜 건강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요소를 매개변수로 넣어야만 비로소 건강의 차이가 설명된다.
그 한 예가 소득분배와 기대수명 간의 상관관계이다. 즉 소득격차가 낮은 사회에서는 사회성원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회적 변수들로 사회응집력, 스트레스, 사회적 자본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저자는 각 장에서 다소 다른 차원의 논의를 한다. 예를 들어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소득분배, 응집력, 공동체의식, 차별, 스트레스, 사회적 지위, 사회적 자본 등의 개념을 보자면, 어떤 것은 다른 것의 하위 개념이며 서로 구분이 모호한 개념들도 있다. 아마도 저자가 몇 년에 걸쳐 발표했던 논문들을 모아놓은 책이어서 일관된 흐름으로 엮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10장까지 읽는 동안 11장의 결론에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거론될 거라는 예상은 못했다. 로버트 퍼트넘이 지적했듯이 미국에서 사회적 자본이 가장 많았다고 여겨지던 1970년대에 미국의 건강 수준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통계는 본 적이 없다. 과거 미국의 경우에는 공동체주의가 아니라 바로 개인주의 때문에서 사회적 자본이 활성화되었었기 때문이다. 즉 개인주의가 미덕인 미국에서 정부가 사회복지를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에 중산층이 중심이 되어서 사회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것이다. 물론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은 이런 부류의 책의 결론부에 갖다 붙이기는 참 쉬운 개념이었을 테지만, 본문에서 강조된 사회응집력과 사회적 자본 간에 얼마나 큰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각 장들에서 다루는 내용들의 수준이 다소 상이하기 때문에, 이 책을 죽 읽다 보면 소득 불평등 같은 요소는 사회 갈등과 스트레스를 불러와 성원들의 건강을 해치므로 사회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을 키워나가서 응집력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소 비약적인 결론을 얻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개념들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건강’, ‘평등’, ‘응집력’ 같은 개념이 자주 쓰인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들은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그렇기 때문에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를 통해서 개념을 한정해서 활용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소 쉬워 보이는 ‘기대수명’, ‘사망률’, ‘소득분배’ 같은 개념들조차 명료화할 수 없다. 결국 핵심 개념들이 모호해서 저자의 열변에도 불구하고주장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번역도 그다지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직역에 가까운 번역체이고, 부적절한 번역 어휘 선택도 종종 보이며, 호응관계 따위에서 국문 어법에 충실하지 못한 문장도 많다. 직역체만 예를 들자면 물주구문과 수통태가 너무 많고, 술어적으로 풀어썼더라면 좋았을 것을 ‘명사(형)+의+명사(형)’으로 직역한 경우도 많이 보인다. 그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진다. 한 문장을 두어 번 읽은 후에야 의미가 파악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낮은 가독성을 역자에게만 돌릴 수는 없을 것같다. 원서에서도 추상적인 어휘들을 많이 구사하고, 설명이 좀 더 필요해 보이는 문장을 부연설명 없이 넘어가는 탓에 의미 전달이 잘 안 되는 부분이 눈에 띈다.
번역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책이 다루는 주제는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다. 건강 문제에 대한 이 책의 접근방식은 지난번 서평에서 다룬 ‘통섭’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리뷰 보기:주장과 논거가 통합되지 않은). 이 책은 의학적 문제처럼 보이는 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기본 가설에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영국노동당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에게 띄운 공개편지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당시 편지에서 노동당정권의 장관은 사망픂통계에서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 계급격차 문제를 관장하는 자리임을 지적하면서 조사 에 착수할 것을 요청한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진 결과, 3년 후 하나의 비관적 보고서가 제출되는데, 바로 20년 연구결과물인 이 책이다.
개인건강이 결정요소에 기초한 연구,정책의 접근방법과 전체 구성원과 사회의 건강수준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을 상호 대비한다. 선진국들의 기대수명이 10년 주기로 2~3년씩 늘어난 이유와 각국의 생활수준 차이와 관련한 주요한 건강차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건강은 선진국간의 차이가 아니라 선진국 내의 생활수준 차이와 관계가 있다는 명제아래 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서문
1. 사회의 건강
2. 사회 내 건강불평등
3. 사회응집력과 사회적 갈등
4. 사회는 어떻게 죽이는가?
5. 재분배, 경제성장 그리고 삶의 질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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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나 자신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 무감각해지게 변하게 된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될때가 있었다.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도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느끼면서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에 대해 경청을 하면서 나자신이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꽉 막힌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위기를 기회로 바꿔주는 생각의 도구-나비활주로]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격언들이 더 가슴에 와닿는 말들이 많았다.문제를 만드는 것은 종종 문제를 해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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