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규 선생님은 오랜 세월 교감으로 일하다가 교장으로 부임했는데 부임하자마자 첫 조례 시간에 똥 이야기를 했다. 아침에 똥을 누고 학교에 와야 몸도 튼튼하고 나라의 튼튼한 기둥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선생님은 방송실에서 조례를 했는데 아이들이 똥 소리에 와하하하 웃는 소리가 학교 전체를 들썩일 만큼 컸다 한다. 아이들은 처음에 웃음보를 터뜨렸지만 선생님이 말씀을 이어가면서 점차 수긍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침에 편안한 마음으로 똥을 누고 와야 몸도 튼튼해지고 공부도 아주 잘하고 무엇이든 열심히 해서 나라의 튼튼한 기둥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처음 들려주신 이야기가 똥 이야기다 보니 자연스레 똥 교장 선생님이 되었다 한다. 이런 일화는 선생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동화책에 나오는 교장 선생님은 똥 교장 선생님처럼 친근한 마술사이다. 권위를 내세우는 교장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과 하나가 되려고 하고 학부모들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을 재주자랑잔치 초대받은 마술사이다. 거기서 교장 선생님은 어릿광대 같은 복장을 하고 우스꽝스런 탈을 쓴 채 마술을 부린다. 탁구공을 입속으로 넣어 왼쪽 볼을 불룩하게 하고 오른쪽 볼을 불룩하게 했다가 탁구공을 목구멍으로 넘겨 버린다. 목구멍으로 넘긴 탁구공을 위를 지나고 창자를 지나서 똥구멍으로 톡 튀어나오도록 한다. 그러고는 탁구공을 코에 갖다 대고 킁킁하더니 똥 구린내가 난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러한 마술을 부리는 교장 선생님이라면 어느 아이들이라도 다 좋아할 것이다. 어느 학부모라도 믿고 맡길 것이다.
윤태규 선생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학교 모습도 나온다. 일곱 편의 단편동화 중에 다섯 편이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한 편은 학교 규모를 알 수 없지만 네 편은 확실히 작은 학교이다. 6학년 남학생 모두가 네 명 뿐이거나(「고추 목걸이」), 농공단지 마을 작은 학교이거나(「초대받은 마술사」), 전교생이 겨우 51명이거나(「민채의 대단한 겨울 방학」), 자그마한 시골 학교(「정호야 까꿍」)이다. 학교에서는 방학 과제를 전혀 내주지 않고 스스로 정하도록 한다(「민채의 대단한 겨울 방학」). 교장 선생님은 마술사가 되거나 어려운 말을 쓰지 말고 쉬운 말을 쓰자고 주장하는 민주적인 선생님이다(「초대받은 마술사」). 그런가 하면 운동회 때 아이들이 지적한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밝힌다(「고추 목걸이」).
작은 학교 선생님들은 공부를 재미있게 가르치거니와 공부만 내세우지 않는다(「2등은 싫어요 1등만 하세요」). 비가 온다고 느닷없이 아기를 맡기러 온 학생 어머니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하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갖고 새로운 공부를 할 계기로 삼는다(「정호야 까꿍」).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선생님들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동화책은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하여 교훈을 전면으로 내세워 가르치려고 들지는 않는다. 낱낱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동화책이 학교라는 공간만을 배경으로 하지도 않는다. 도시 끝자락 외진 곳에 있는 외딴집(「아름다운 빈집」)과 한국 전쟁 당시의 시골 마을(「참외 서리」)로 공간을 넓혀 재미와 감동을 보태고 있다.
- 「2등은 싫어요 1등만 하세요」 : 만난 첫날부터 1등 1등 노래하는 담임 선생님에게 실망했는데 알고 보니 공부를 재미있게 가르치거니와 공부만 1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1등을 인정한다.
- 「고추 목걸이」 : 시골 작은 학교 6학년 남학생들이 운동회 때 그 고장 특산물인 고추로 목걸이를 만들어 나누어 준다. 경기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는 풋고추 목걸이가 든 초록 봉투를, 정정당당히 경기를 한 사람에게는 빨간 목걸이가 든 빨간 봉투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에게는 노란 봉투를 준다. 초록 봉투를 받은 교장 선생님은 운동회가 끝나고 6학년 남학생들에게 빨간 고추 목걸이를 걸어 준다.
- 「초대받은 마술사」 : 샘골 재주자랑잔치에서 마술사로 활약한 교장 선생님은 담임 선생님이 출장을 간 교실에서 마술을 보여주고 쉬운 말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 「민채의 대단한 겨울 방학」 : 방학 과제를 스스로 정하는 시골 학교 민채는 고양이와 개 이름을 바꾸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낸다. 그러고는 제주도 가족 여행을 빠지면서까지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고, 끝내 성공한다.
- 「정호야 까꿍」 : 공부 시간에 정임이 엄마가 비 때문에 나락이 젖는다며 정호를 교실에 맡긴다. 선생님은 정호 울음소리를 들은 대로 써 보자며 흉내 내는 말 공부를 하도록 한다. 그러고는 정호를 데리고 와서 참 좋은 공부를 하였다며 아이들과 함께 정임이네 논에 가서 일을 돕는다.
- 「아름다운 빈집」 : 병든 거지 할아버지가 사는 빈집에 좀 모자란다는 복이 삼촌이 먹을거리를 갖다 주고 집을 고쳐 준다. 그런 뒤 빈집에 사는 식구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러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복이 삼촌에 대한 고마움으로 밥집을 열고 다음과 같은 글을 붙인다.
복이 삼촌 밥집은
1. 밥과 김치와 된장이 기본이고 가끔 다른 반찬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2. 재료는 100% 우리 빈집에서 지은 농산물입니다.
3. 빈집 식구들을 위한 밥집이지만 누구라도 드셔도 됩니다.
4. 밥값는 받지 않지만, 음식을 남기면 벌금 천 원을 받습니다.
5. 복이 삼촌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이 밥집을 하고 있습니다.
- 「참외 서리」 : 참외 서리를 하다 피난을 떠난 상진은 어머니를 잃고, 함께 서리를 한 동무는 끝내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다.
윤태규 교장 선생님이 만드는 웃음꽃 피어나는 학교, 아이들이 중심이 된 마을 공동체 이야기를 담은 책
교사는 사랑으로 아이들은 존경으로, 배움과 놀이와 일이 하나가 된 동화
윤태규 동화작가의 창작 동화집 입니다. 윤태규 작가는 초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으로 일하며 아이들과 만난 생생한 이야기를 재밌는 동화로 풀어 다시 아이들에게 되돌려 주었답니다. 윤태규 창작 동화는 아이들이 중심이 된 마을 공동체 이야기, 교사는 사랑으로 아이들은 존경으로 웃음꽃 피어나는 학교 이야기, 배움과 놀이와 일이 하나 되어 행복한 교실 이야기가 어울려 있습니다.
윤태규 동화는 지나친 입시교육으로 학습에 지친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마음의 여유를 줍니다. 학부모님들에게도 아이들에게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하지요. 그리고 지식 노동으로 힘들어하는 교사들에게도 자신을 되돌아보며 진정 참된 교육의 길, 아이 사랑의 길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감동을 준답니다. 그래서 윤태규 창작 동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도 즐겨 보게 되고, 삶을 일깨우는 신선한 청량제 구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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